지난달 20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백2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해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던 러시아경제는 최근 루블화 환율의 급등과 주가폭락 및 물가폭등으로 빈사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통치력에 점차 구멍이 뚫려가고 있어 ‘러시아 변수’는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하고 있다.
▼추락하는 신용도〓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사는 13일 러시아 외화표시 채권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더 낮췄다. 두달반만의 신용도 추가 하락이다.
S&P는 특히 “지금까지 러시아에 쏟아부은 IMF의 구제금융은 재정난 완화에 실패했으며 옐친대통령은 지지를 못받고 있다”고 밝히고 러시아의 장기전망등급도 ‘부정적’으로 매겼다.
‘세계금융계의 큰손’으로 러시아 최대의 외국인투자자(25억달러 투자)인 조지 소로스 미국 퀀텀펀드회장도 이날 “루블화 가치를 15∼25% 절하한 뒤 미 달러화나 다른 유럽통화에 연동시키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서방선진7개국(G7)이 1백50억달러를 추가 지원해 러시아를 구하라”고 주장했다.
▼루블화와 주가의 폭락〓러시아정부는 올해초 루블화가치를 미 달러당 6.0루블로 산정한 화폐개혁을 실시했다.
이날 현재 루블화가치는 5%가량 떨어지는데 그쳤으나 이는 외환당국이 달러화를 하루 수억달러씩 풀어 환율상승을 막았기 때문.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주말 현재 1백70억달러에 불과해 ‘루블화 평가절하’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증시의 주가는 13일 전날보다 10%이상 급락, 11일에 이어 다시 주식거래가 중단됐다. 러시아주가는 올들어 75%이상 폭락했다.
▼외국 반응과 전망〓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부터 은행들에 고객의 실수요 외에는 달러화 ‘사자’주문을 금지했다.
그러나 시장은 흔들리고 있으며 수습에 필요한 경제개혁 관련법안들은 국가두마(하원)의 다수세력인 공산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연말까지 갚아야 할 외채는 약 2백억달러. 외국인들의 신규투자중단과 기존투자금 이탈이 맞물리면 ‘제2의 인도네시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강하다.
임금체불이 계속되면서 극동지역에서 광원 119구급대 자동차회사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는 등 러시아의 사회혼란도 커지고 있다.
G7은 13일 각료급 고위관리들간의 긴급 전화회의를 통해 러시아금융위기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