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을 총괄하고 있는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의 수석보좌관인 발렌틴 안드레이박사는 17일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은행들이 실물경제에 대한 투자보다 연평균 이자율 100%에 달하는 고금리의 단기국채(GKO)시장에만 몰려 경제위기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을 내린 직접적 배경은….
“국채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과 국내 금융기관들이 일시에 달러를 빼냈기 때문에 시중에 달러가 부족했다. 또 은행들이 그동안 무리하게 영업을 해 자금이 고갈돼 있었던 것도 문제다. 정부부문 외채는 전혀 문제가 없다.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파리클럽에서 대부분 만기 연장을 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시중은행들이 도입한 외채 7백억달러 중 만기도래한 것을 제대로 갚지 않고 미뤄왔으며 지난주엔 갚을 돈이 10억달러 가까이 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원해줄 수는 없었는가.
“솔직히 말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다. 1백억달러 가량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아도 외환보유고는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차관을 도입해 이들을 도울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조치로 국제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텐데….
“채권은행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 90일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사정이 좋아지면 곧 갚을 것이다. 또 러시아는 최근까지 매달 7억∼8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올렸다. 원유와 알루미늄 등 원자재값이 오르면 고통의 기간은 더욱 단축될 수 있다.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잠재력이 있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루블화의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히지 않았는가.
“다시 말하지만 루블화의 환율변동폭 확대가 곧 평가절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호전되면 그 폭이 좁아질 수도 있지 않은가. 이번 조치는 어찌보면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시중에는 달러 결제가 제한돼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