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채]공공-민간부문 합쳐 2천억달러 추정

  • 입력 1998년 8월 18일 18시 56분


러시아의 외채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다.

구(舊)소련 외채 승계분이 불명확하고 공개되는 자료가 명쾌하지 않아 전모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채는 작년말까지 1천2백35억달러, 올 연말에는 1천4백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현 외채규모는 공공차관 6백82억달러, 상업차관 4백27억달러, 국제금융기구 차입 1백99억달러 등 정부채무만 1천3백8억달러.

또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올 6월 러시아 외채가 1천3백50억달러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러시아의 은행과 기업이 해외금융시장에서 차입한 외채가 빠져있기 때문.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97년말 현재 이같은 민간부문 해외금융시장 차입외채는 공공 87억달러, 금융기관 4백3억달러, 기업 2백30억달러 등 7백22억달러에 이른다. 더욱이 이 채무는 95년 이후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러시아의 공공 및 민간부문 외채규모를 2천억달러 정도로 추정한다. 보리스 넴초프 러시아부총리도 최근 “러시아는 2천억달러의 대외부채를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투자한 1년미만의 단기국채(GKO)이며 4백6억달러에 이른다.

민간부문 부채 7백22억달러를 국가별로 보면 독일이 약 3백5억달러로 가장 많고 미국이 71억달러, 프랑스가 70억달러선이다.

민간채무의 경우 상환기간 1년미만인 단기차관이 약 3백24억달러로 전체의 4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GKO까지 포함할 경우 단기채무가 7백억달러를 넘어 1백70억달러에 불과한 외환보유액을 위협한다.

러시아가 한시적 모라토리엄을 택한 것은 단기차관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당장 올 연말까지 갚아야 할 채무만도 2백억달러나 됐다.

러시아정부는 그동안 공공채무의 상환조건 조정(리스케줄링)에 노력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파리클럽(민간채무) 런던클럽(공공채무)과의 협상을 통해 일부 채무를 탕감받았으며 공공채무의 상당부문은 7년 거치, 20∼25년 분할상환으로 조정해 큰 부담이 없다.

결국 단기차관의 비중이 높고 민간채무가 최근 몇년 사이 급증했다는 점이 러시아 외채구조의 약점인 셈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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