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전에 어떤 대통령도 자신의 행위가 문제돼 형사사건에 소환장을 발부받지 않았으며 비록 자발적인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형사사건의 증인으로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증언후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자신의 잘못을 국민에게 인정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클린턴 대통령이 그동안 이같은 사실을 감춰온 데 대해 클린턴 대통령의 핵심참모조차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첫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디 디 마이어는 17일 CNN 방송에 출연, “이같은 진실을 모르고 클린턴 대통령을 변호해온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에게서조차 권위를 잃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의회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대통령의 이중인격이 문제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며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곤경을 정책으로 돌파해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을 입법화할 만큼 클린턴 대통령의 지도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화당과 무리한 대결을 벌여 95년 정부 폐쇄와 같은 극한사태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국제정치에서도 미국의 지도력 공백으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다. 클린턴 대통령이 증언하기 직전인 17일 오전 백악관에서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사태에 대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루블화가 얼마까지 떨어졌느냐”는 한가지 질문만을 던졌다고 한다. 대통령이 차분히 국제적 이슈를 생각할 여유가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은 상태.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2000년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앨 고어 현 부통령을 상대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공화당도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미 여론의 절반이상도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얼마나 끈질지게 클린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느냐는 점. 스타 검사측은 클린턴 대통령의 이날 증언과 국민성명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을 강제소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지만 르윈스키를 다시 불러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증거를 보강할 가능성은 높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