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출신 팝가수 엘튼 존의 노래 ‘미안해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것 같소(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을 꼬집는 말같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가 사실로 드러나자 사과라는 말대신 ‘유감’이라고 표현했다. 사과라는 말은 없었다.
개인적 잘못을 밝히는 분명하고도 꾸밈없는 발언은 지금의 대통령을 포함한 그 어느 정치인에게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위증이라는 말이 거짓말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와는 달리 정치인에게는 특별한 법률적 의미를 가진 것 처럼 사과라는 말은 정치와 외교 무대에서는 하나의 기술적인 용어로 자리잡을 뿐이다.
정부는 자주 유감을 표시하곤 하지만 사과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부하 여직원을 성희롱해 궁지에 몰린 보브 패크우드 전상원의원의 사과발언을 보자. 그는 ‘그들이 내가 했다고 주장하는 행위를 내가 저질렀다면…’ 사과한다는 식으로 군색하게 말을 꾸며댔다.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도 하원 규정을 위반한 데 대해 사과했지만 “어쨌든 크건 작건간에 본인이 물의를 빚은 것은…”이라며 애써 토를 달았다.
88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부 도나 라이스와의 불륜 관계가 드러나 도중하차한 게리 하트도 “지극히 어리석은 실수”라고 한 말이 자신의 비행을 뉘우치는 발언의 전부였다.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은 이란 콘트라 스캔들 당시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잘못을 말하지 않고 그저 “몇가지 실수가 있었다”고 얼버무렸다.
제한적이나마 ‘메아 쿨파(내 탓이오)’라고 말을 하는 사람은 대개가 권력의 핵심인물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었다.
〈워싱턴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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