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부동산투자 세금 「걸림돌」…매각대금의 29%

  • 입력 1998년 8월 21일 19시 23분


외국인들이 과중한 세금때문에 국내 부동산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한국 부동산 투자를 희망하는 대부분 외국기업들은 설립 5년이 넘은 한국기업이 매입할 때 세율 5.8%(교육세 농어촌특별세 포함)보다 다섯배 많은 29%를 적용받고 있다.

지방세법 규정(112조의 2)에 따르면 법인을 설립한지 5년미만 기업이 서울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면 등록세(매각대금의 3%)를 5배 더 내야 하고 이 부동산을 본점 사무실 용도로 쓸 때 취득세(매각대금의 2%)를 5배 더 내야 하기 때문.

외국기업들은 이렇게 무거운 세금때문에 매각자가 세금을 떠안는 조건이 아니면 매입을 꺼리는 실정이다.

대기업 A사는 미국업체와 8개월간 벌인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세금 2백억원을 대신 물거나 그만큼 가격을 내려달라는 제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빚을 갚기 위해 외국기업과 사옥 매각협상을 벌여온 B사도 세금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작년 6월 이전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할 때는 매입자의 취득 등록세를 면제해주고 있으나 B사는 작년 11월 사옥을 담보로 잡히고 빚을 내 매입자가 면세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결국 B사의 사옥을 사들여 임대업을 할 예정인 외국업체는 매각대금의 29%를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B사 임원은 “외국인의 관심이 큰 서울의 오피스빌딩은 대개 금융기관 소유”라면서 “금융기관은 단기부채가 많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전으로 대상을 한정한 취득 등록세 면제조치는 실효가 없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국내부동산 투자중개업체인 ERA코리아 강정임(姜貞任)실장은 “최근 국내 부동산투자 여건이 많이 나아졌으나 중과세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국내 지점을 설립하지 않고 해외 법인 명의로 국내부동산을 살 때 적용할 과세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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