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선생, 당신보다 더 큰 공룡도 환경변화로 멸종됐습니다.”
여름휴가철이 끝나면서 독일 총선(9월27일)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헬무트 콜총리(67)가 이끄는 기민당(CDU)은 23일 도르트문트에서 1만7천여명의 지지자가 참석한 가운데 첫 유세를 가졌다.
게르하르트 슈뢰더(53)를 총리후보로 내세운 사민당(SPD)은 지난 주말부터 베를린 뮌헨 본에서 동시에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다. 선거벽보는 공교롭게도 모두 콜총리의 거대한 몸집이 소재. 기민 기사연합은 코끼리를, 사민당은 공룡을 각각 콜총리에 비유했다.
이번 총선의 관심사는 16년째 권좌를 지켜 온 콜총리가 다섯번째 집권에 성공할 것인지에 모아져 있다. 이번에도 당선되면 독일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지금까지는 프러시아제국 시절의 비스마르크가 18년으로 최장수 총리였다.
매주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결과는 슈뢰더후보가 41∼43%, 콜후보가 37∼38%로 슈뢰더가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 격차는 5월 14.5%포인트, 6월의 8%포인트에서 보여주듯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94년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뒤지던 콜후보가 사민당의 오스카 라퐁텐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적이 있어 3∼5%포인트의 격차로는 누가 승리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슈뢰더는 젊음과 참신함을 무기로 정치 및 경제개혁과 사회정의를 주장하면서 일단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유럽에 불고 있는 젊은 세대로의 ‘정치개혁’을 호소하고 있으나 혁신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83년 3월부터 중도우파 연정을 이끌어 온 콜후보는 독일 통일, 유럽단일통화제 추진 등 대외적 업적을 이룩했지만 통일 이후 실업자가 유럽 최고 수준인 4백만명을 넘어서면서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게 됐다. 최근들어 경제상황이 호전기미를 보이면서 콜후보의 지지도가 약간 상승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독일국민은 21세기를 앞둔 정치변혁을 갈망하고 있다. 그 방안 중의 하나가 대연정이다. 양당이 내세우고 있는 세제를 포함한 내정개혁 등 공약이 비슷한 상황에서 사민당과 기민당이 손잡는 대연정을 통해 국가를 이끌어 달라는 희망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16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룩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는 역시 우파라며 유럽 유일의 우파정권을 존속시킬 것인지 결단은 이제 한달 남았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