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호황 주춤」…불황조짐? 연착륙과정?

  • 입력 1998년 9월 6일 18시 52분


‘불황의 조짐인가, 연착륙 과정인가?’

91년부터 8년간 호황을 누리던 미국경제가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아시아와 러시아의 경제불안이 세계규모의 금융공황으로 번질 것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미국경제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은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미국은 서유럽과 함께 세계경제의 혼란과 충격을 흡수해줘야 할 ‘거대 경제권’이기 때문이다.

▼미 경제도 지는해?〓올2·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기업이윤은 하락하고 있으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아시아위기 영향의 확산과 노동력 부족 등으로 성장속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특히 수출부진으로 제조업과 농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가폭락이 세계경제성장의 발판인 미국의 소비를 둔화시켜 국제불황을 촉발할 수 있다”며 “세계공황의 가능성이 3개월 전 20% 수준에서 이제 50%로 커졌다”고 진단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위기 이후 해외자금이 지나치게 미국에 유입되면서 경제에 거품을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이 거품은 소비 투자 등 총수요를 경제의 기본실력(펀더멘털) 이상으로 부풀린 뒤 꺼질 때는 수요를 급격히 위축시키면서 경기급락을 가져온다.

▼반론〓미국경제 급랭론이나 세계경제 공황론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너무 성급한 걱정이라는 것.

사실상의 완전고용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물가는 올 상반기 연률기준 0.1% 상승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거품붕괴 시나리오’가 별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은행의 존 캘리버는 “최근의 주가 하락은 거품이 제거되면서 증시가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론자들은 “미국경제에는 인플레 없는 장기호황 기조가 정착됐다”는 대담한주장까지내놓고있다. 물론 “미국경제는 근본적으로 매우 건실한 상태지만 나무가 하늘끝까지 자랄 수는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전망〓현재 미국경제는 국내의 소비와 투자에 의해 강력히 뒷받침되고 있어 경기가 급속히 침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후퇴의 조짐이 보이면 FRB는 언제든지 이자율을 낮춰 경기를 부추길 수 있다. FRB는 29일 정례회의에서 금리조정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4일 “세계가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미국만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폴 크루그만 MIT교수는 미국경제가 인플레를 동반하는 조정과정을 거쳐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2∼3%) 수준에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상승이 지속되는 것으로 볼 때 종전과 같은 고성장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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