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경제 「폭풍전야」…아시아-러 영향 환란위기

  • 입력 1998년 9월 6일 18시 52분


비틀거리는 브라질證市
비틀거리는 브라질證市
남미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영향권 밖에 있는 듯했던 남미경제는 아시아와 러시아의 ‘쌍둥이 위기’에 영향받아 다시 환란(換亂)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외환상황이 워낙 심각해지자 남미지역 14개국 정상들은 5일 파나마에서 부랴부랴 회담을 열고 국제통화기금(IMF) 미주개발은행 등에 “빨리 도와달라”며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신호탄일까〓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4일 사상 최저치로 폭락, 환율이 미 달러당 10.2200페소까지 치솟았다. 이날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외화표시채권의 신용등급을 한 등급 낮춘데 따른 것.

이에 앞서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2일 페소화 가치를 9%포인트 평가절하했다. 당국은 지난달말부터 보유외환을 대대적으로 쏟아부으며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환투기꾼들의 공세에 무릎을 꿇었다.

외환전문가들은 한 나라의 외환시장 붕괴가 주변국가로 전파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멕시코 페소화 가치하락과 콜롬비아 페소화 평가절하 선언을 남미 환란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로운 진앙지〓남미발 위기의 도화선은 베네수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미최대의 산유국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천달러인 부자나라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최악의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다. 수출의 70%, 조세수입의 50%를 석유산업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 탓이다.

세계은행이 추산한 피해액만 70억달러. 주가는 6개월동안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고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는 1월 이후 현재까지 14% 가량 평가절하된 상태. 그럼에도 외환시장에서는 볼리바르화가 30% 가량 고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자본의 탈출과 함께 베네수엘라 기업의 달러 사재기가 평가절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브라질 칠레 등도 수출부진과 재정고갈로 고심하고 있다. 원유(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구리(칠레) 커피(브라질 콜롬비아) 등 원자재가격이 수요감소와 러시아의 출혈수출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7월이후에만 주가가 35% 이상 하락해 자본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이들 국가는 환율안정 및 달러유출 제한을 위해 거듭 이자율을 올리고 있다.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되더라도 동아시아형 외환위기로 빠지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경기침체 문제가 심각하다. 남미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1%이상으로 잡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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