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사주간지 ‘논쟁과 진실’이 집중취재해 보도한 ‘러시아 표준 뇌물가격’이 화제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6백∼1천달러를 주면 전화신청 즉시 전화를 가설할 수 있다. 2천달러를 내면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정신과의사의 진단서도 구한다.
수입자동차도 3천5백달러의 뇌물을 주면 관세없이 통관되고 대학 인기학과인 경제 법학 의학과에 가려면 7천달러의 뇌물이 든다. 수사기관의 수배도 1만달러만 주면 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심지어 판검사 손으로 넘어간 형사소송도 3만달러의 뇌물을 쓰면 곧 중단된다.
러시아 뇌물백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요 금융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서류가 결재되려면 금융기관이 25만달러를 내놓아야 하고 주정부 예산도 50만달러를 내면 다른 곳으로 빼돌릴 수 있다.
결재권을 가진 고위공무원을 만나려면 중간 인물에게 1천달러의 통행료를 내야 하고 직급에 따라 소개비도 올라간다.
러시아 뇌물구조의 정점에는 바로 국가두마(하원)의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공산당 등 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는 의원들의 찬성표를 담보로 의원들에게 표결 때마다 1인당 2천달러씩 제공되기도 한다. 취임 5개월만에 해임된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총리에 대한 인준 때 찬성표 한표에 1만5천달러씩 들었다. 7일 있을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에 대한 인준표결에서도 엄청난 뇌물이 오갈 전망이다.
이 잡지는 “정부의 구매 공사계약 금액의 20%는 뇌물로 빠져 나가고 원유 가스 금속 산업 등에서는 뇌물비중이 절반”이라고 폭로했다. 블라디미르 페트로프 러시아 재무1차관(44)은 3일 부실은행 구제를 조건으로 한 은행에서 1백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최근 “러시아의 정치 경제를 장악한 지배세력들은 91년부터 최근까지 약 1천5백억달러를 스위스 은행 등 해외로 빼돌리는 등 나라를 팔아치웠다”고 폭로했다.
〈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