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국내업체 부도에 발동동…대금지불회피 잇따라

  • 입력 1998년 9월 6일 20시 37분


국내 업체의 부도로 수출대금을 떼일 처지가 된 외국 업체들이 돈을 건지기 위해 국내 채권추심 전문업체를 찾고 있다.

특히 외국업체들이 국내 사정에 어두운 점을 악용, 연락처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등 고의로 대금 지불을 회피하는 회사도 상당수 있다는 게 채권추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채권추심회사인 서울신용정보는 5월 채권추심 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1백여개의 외국업체로부터 채권 추심 문의를 받아 이중 40여개사와 채권추심 계약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신용정보는 “외국업체의 요청 사례를 보면 부도로 사장들이 도피중인 회사가 적지 않아 외국 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홍콩의 밀터 엔터프라이즈사는 2월 국내의 한 업체에 컴퓨터 부품을 수출하고도 6개월째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업체는 “환율 급등으로 수입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올라 대금 지불이 곤란하다”면서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갚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

일본 출판업체인 ‘유나이티드 퍼블리셔스 서비스’는 대전의 한 서적도매상에게 작년부터 10여차례에 걸쳐 책을 공급하고도 지금까지 대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출판사는 수출대금을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는 파격적인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수입업자는 대금 지불을 미루고 있다는 것.

서울신용정보 관계자는 “조사를 해보니 수입대금 일부를 상환할 여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회피하는 업체가 상당수 있었다”며 “이런 행위는 국가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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