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최근 국내 시장금리가 급격히 하락하고 환율 상승 전망이 나오면서 국채 회사채 특수채 등 보유 채권을 만기가 되기도 전에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일부 외국인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연초 연 20%대에서 매입했던 회사채를 서둘러 매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말 국내 채권시장이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된 이후 3월말 2조원대에 육박하던 외국인들의 채권 투자금액이 8월말 현재 9천2백억원으로 1조원 이상 감소했다.
채권투자 비중도 0.80%에서 0.34%로 떨어졌다.
채권전문가들은 “재투자 계획이 있는 외국인들은 거의 없으며 채권대금을 회수하는 즉시 달러화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이 투자부적격 국가임에도 불구, 연 20% 이상 금리에 이끌려 회사채와 금융채 중심으로 투자 금액을 늘려 왔으나 최근 아시아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것을 계기로 매도 공세를 적극 펼치게 됐다는 것이 증권사 채권담당자들의 설명이다.
LG증권 홍성갑(洪性甲)국제영업팀과장은 “투기 목적으로 초단기 매매를 해오던 헤지펀드들도 금리가 하락하고 환율이 불안한 한국의 투자상황을 최악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즉 현재의 금리수준(연 12%대)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에 투자할 경우 6%대의 펀딩비용과 8∼9%의 헤지비용(환율상승에 대비, 달러 선물환을 매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투자하는 순간 2% 이상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