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인들 『제발 클린턴 性추문 묻지 마세요』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38분


“곤혹스럽습니다. 한국인 친구들이 물어오면 자존심도 상하고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케네스 스타’ 보고서가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면서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주한 미국인들도 마찬가지. 겉으로는 관심이 없는 척하지만 자국 대통령이 3류 포르노 소설의 주인공처럼 묘사된 보고서가 한국 언론에 자세히 소개되자 수치심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학생들이 물어오는데 대답하기 난처할 때가 많습니다.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설명은 하지만 사실 클린턴이 원망스러워요.”

시사영어학원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마리오 미셸(30)은 자신을 비롯해 많은 미국인이 클린턴의 스캔들에 ‘질려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LG전자에 근무하는 미국인 N씨(35)도 “괜히 제가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모든 미국인이 클린턴처럼 ‘섹스광’에다 부도덕한 사람으로 인식될까 걱정도 되고요”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인들은 자기들끼리만 있는 자리에서는 클린턴 스캔들을 화제에 올리면서도 한국인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입조심’을 하고 있다는 것.

“클린턴에 대해서라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아예 말붙이기를 꺼리는 한 미국인 호텔지배인 B씨처럼 애써 외면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다. “클린턴의 외도 자체는 용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가 용서받을 수 없는 점은 끝까지 국민을 속이려 했다는 점과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시켰다는 점입니다”라고 한 미국인은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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