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증언 비디오 공개』…백악관 초긴장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31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연방대배심 증언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또다시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투표를 거쳐 테이프를 곧 공개하자는 공화당의 방침을 알면서도 이를 저지할 수단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의 테이프는 클린턴대통령이 지난달 17일 백악관에서 전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조사중인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팀 검사들로부터 신문을 받는 장면을 녹화한 것. 클린턴이 때로는 궁지에 몰려, 때로는 자제력을 잃으면서 4시간 동안 비공개 증언한 장면은 당시 연방법원에 모인 대배심원단에 폐쇄회로를 통해 생중계됐다.

백악관은 테이프가 클린턴 대통령의 인간적 약점과 치부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11일 공개된 ‘스타 보고서’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우려한다. 백악관의 한 참모는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숨을 죽이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대통령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매우 두렵다”고 말했다.

찰스 존스 위스콘신대 교수(정치학)는 “테이프가 공개되면 지금까지 스캔들과 대통령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지 않던 부동층 국민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리히터 미디어 공공정책 연구소장은 “클린턴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게 될 것”이라고 테이프의 충격파를 예상했다.

미국 방송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검사들의 신문에는 저속하고 외설적인 내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과연 어디까지 방송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알렉스 콘스탄티노폴 NBC방송 대변인은 “역사적인 증언이기는 하나 우리는 내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말로 방송사의 딜레마를 표현했다.그러나 방송사는 증언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편집할 시간이 없다. 시청자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하원이 공개를 결정하는 순간 곧바로 방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대부분은 스타보고서 공개때와 마찬가지로 테이프공개에도 부정적이다. CBS방송은 여론조사결과 70%가 공개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공화당은 16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에게 직접 판단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명분으로 테이프 공개를 강행키로 결정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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