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지난해 중반 이후 구제금융 요청국가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심각해진 재원부족 △잘못된 정책처방에 대한 안팎의 비판고조 △구제금융 제공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약효 부진’ 등 3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재원위기〓미국 하원은 17일 대외지원법안 심의에서 빌 클린턴대통령이 요구한 IMF에 대한 1백80억달러의 추가 출자 검토 요구를 거부했다. 다수당인 공화당은 IMF의 차관제공 관행에 대한 전면개혁을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IMF 추가출자에 대한 표결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재원이 말라가고 있는 IMF에 대한 자금 긴급수혈이 상당기간 어렵게 됐다.
현재 IMF의 가용재원은 불과 50억∼90억달러.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7월13일 “IMF의 재원이 불안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어 IMF도 ‘구명보트’를 타야 할 상황”이라며 “주요 회원국에 일반차입협정(GAB)을 가동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GAB는 IMF가 요청할 경우 긴급 대여하겠다는 협정을 맺은 22개국 및 선진국 중앙은행으로부터 최고 5백억달러까지 긴급 현금조달을 하는 제도. IMF는 76년 이후 GAB를 가동한 적이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브라질이 최근 IMF에 2백6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나 GAB를 가동하지 않으면 사실상 지원이 불가능하다.
▼정책오류 비판〓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7일 동아시아국가들이 재정긴축으로 인해 사태가 더 악화됐다며 이 정책을 요구한 IMF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보고서는 특히 IMF가 아시아 국가들에 권고한 금리인상으로 기업과 은행을 파탄시키고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 재정긴축보다는 공공지출 증대 등을 통한 경기진작책이 필요하다며 IMF와는 다른 처방들을 제시했다.
IMF도 최근 공개된 ‘98년도 하반기 연례보고서’에서 지원대상국의 금융정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초긴축재정과 금융개혁을 강조함으로써 실물경제의 피폐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정책상의 오류를 인정했다.
▼약효 부진〓지금까지 IMF의 구제금융은 돈을 지원하는 실제적 효과와 함께 “IMF가 지원에 나섰으므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심리적 효과를 통해 능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 7월20일 IMF 지원금 등 총 2백2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쏟아붓기로 했으나 오히려 상황이 악화하는 등 IMF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결국 8월17일 러시아는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했으며 루블화 가치도 미화 1달러에 6루블에서 12∼20루블까지 추락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