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에 관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의회보고서가 11일 공개된 데 이어 21일 클린턴 대통령의 연방대배심 증언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됐지만 결정적인 내용은 없었다는 것을 두고 22일자 워싱턴포스트가 사용한 표현이다.
검사의 자극적인 신문에 자제력을 상실, 지도자로서의 품위를 훼손했을 것으로 생각됐던 클린턴 대통령은 예상보다 훨씬 침착하고 냉정하게 증언에 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전히 그의 증언내용이나 태도가 위증시비를 해소, 자진사임이나 탄핵을 요구하는 일부여론을 잠재우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은 “더 큰 악재는 없었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으며 공화당은 향후 정치공세의 수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미국인들은 4시간에 걸친 클린턴 증언의 방송이 기존 여론의 줄기는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외설적 내용이 상당분 포함된 테이프의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조차 우려되고 있는 상황. 22일자 뉴욕타임스는 “뉴욕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동정과 지지가 보다 일반적인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여론도 이미 시작된 의회의 탄핵여부 심의절차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법사위는 이미 두 명의 조사관을 임명해 16상자분의 증거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탄핵조사를 개시할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하원 법사위는 또 추가자료를 28일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을 종합해볼 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혐의는 위증죄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타 검사가 주장하고 있는 위증교사나 사법방해죄는 근거가 모호하다고 보고 있는 것. 위증죄 역시 법률적으로는 입증하기 매우 까다로운 범죄행위에 속한다. 법정에서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검사측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탄핵조사의 주체가 미 하원이기 때문에 법정과 같은 엄밀성은 요구되지 않는다. 문제는 국민 대부분은 클린턴이 전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임이나 탄핵은 바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공화당이 탄핵추진을 강행할 경우 위증혐의를 밝혀내는 것보다 먼저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