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인권재판소가 새아버지에게 매를 맞은 아들이 영국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자녀에 대한 체벌은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영국에서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많은 유럽 국가와 달리 영국은 지금까지 체벌을 합법화하고 있어 그동안 지팡이 등으로 아이를 때리는 행동까지도 사실상 용인돼 왔기 때문.
영국의 ‘아동과 청소년에 관한 법’은 “부모는 자녀를 올바르게 지도하려는 목적이라면 상처를 입히지 않는 한도 내에서 때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인권재판소는 “영국의 법은 유럽인권협약에 위배된다”며 “영국정부는 소년에게 보상금과 소송비 5만4백달러(약 6천7백50만원)를 지불하고 법을 개정하라”고 명령했다.
사건의 발단은 5년전. 당시 아홉살짜리 꼬마였던 한 영국의 소년이 동생을 부엌칼로 찌르려 하자 새아버지가 아들을 앞뜰로 데리고 가 지팡이로 두들겨 팼던 것.
이를 알게 된 소년의 친아버지는 즉각 새아버지를 폭행혐의로 영국 법원에 고소했으나 ‘부모의 합리적인 체벌’을 합법화한 법에 따라 기각됐다.그러자 소년과 친아버지는 이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로 끌고가 ‘영국법’을 피고석에 세웠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영국법이 체벌을 합법화함으로써 체벌을 가장한 폭력으로 부터 아동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영국정부는 이같은 판결에 따라 체벌을 불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일부 보수적인 영국민은 “이번 사건은 체벌이 아니라 폭력인 만큼 이 법의 존폐와는 관계없다”며 “상식적인 수준의 체벌은 자녀 교육상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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