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美민주당 후보들 『클린턴 대신 힐러리 오라』

  • 입력 1998년 9월 25일 19시 21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섹스스캔들 여파로 11월 중간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민주당 후보들이 힐러리여사를 ‘히든 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후보들은 섹스 스캔들이 클린턴대통령에게 커다란 도덕적 상처를 입혔으나 반대로 힐러리의 지지도는 올라가는 결과가 나타나자 너도나도 클린턴 대신 힐러리에게 선거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 힐러리도 이같은 민주당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힐러리는 23일 뉴욕에서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찰스 슈머 하원의원의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석, 상대방인 현역 알폰소 다마토 상원의원(공화)을 향해 퍼스트레이디로서는 보기 드물게 가시돋친 언사를 퍼부었다. 그녀는 18년간 상원의원직을 지켜온 다마토의원을 극단적 보수주의자로 일컬어지는 상원 외교위원장 제시 헬름스의 ‘복제인간’이라고 지칭하면서 “우리 뉴욕에는 여성의 권리를 짓밟고 후퇴시켜온 헬름스의 복제인간은 더이상 필요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힐러리의 참석 덕분에 클린턴대통령에게 가장 우호적인 의원으로 꼽히는 슈머는 단번에 25만 달러를 모았다. 힐러리가 연사로 참석한다는 광고가 나가자 1천 달러짜리 티켓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후문이다.

뉴욕타임스지는 24일 민주당이 실제로 이번 중간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 대신 힐러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선거전략을 수립했다면서 힐러리측 인사의 말을 인용해 이 전략이 ‘가을 이니셔티브’라고 전했다.

물론 클린턴대통령도 후보들의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하기는 하나 힐러리와 달리 후보들의 요청에 따라 행사가 대부분 비공개로 치러진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힐러리는 이번주말 덴버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중서부의 5개주를 누비면서 민주당 후보 지지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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