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는 단기자본의 발을 묶어놓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교수는 80년대초 “자본이 국경을 넘을 때마다 월경세(越境稅)를 매기자”며 ‘토빈세’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본자유화와 관련, ‘부작용에 대비하자’는 원칙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자본이동 자체를 방해하는 조치는 자유화의 물결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각국 중앙은행이 단기자본의 유출입을 면밀히 감시(모니터링)하고 이 정보를 국제기구에 집중, 필요한 경우 주의경보 등을 즉시 띄우자는 제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단기자본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IMF구제금융의 실효성’ 문제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IMF와 세계은행(IBRD)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도 위기를 겪은 국가의 금융회생을 위해 이 방면 전문가인 세계은행의 기능을 살리자는 뜻에서다.
또 국내의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국제적인 지불보증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이 경우 심리적 공황으로 인한 인출러시를 막을 수 있고 국가별 신용상태에 대한 평가도 훨씬 공신력이 높아질 수 있다.
보증기구의 평가내용은 보증기구 자체의 돈이 걸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외환위기 때 ‘채권자의 책임’을 묻는 국제적 탕감절차를 마련하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채권자는 일절 손해를 보지 않고 IMF가 대신 책임지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하는 세계중앙은행을 창설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신인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IMF 운영의 공정성 투명성 관료주의 등에 대한 지적도 따갑다.
제프리 삭스 미 하버드대교수는 “IMF는 지나치게 채권선진국, 특히 미국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선진 8개국(G8)과 개도국 8개국이 함께 논의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개별 국가에 맡겨놓아서는 안되며 국제적 규범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이 경우 IMF가 국제결제은행(BIS)의 기능을 흡수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김경룡 국제협력실 부부장은 “기본적으로 자본자유화를 보장하면서 IMF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구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IMF에 묶인 돈이 가장 많은 미국의 입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