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개도국 「軍經분리」 시작되나?

  • 입력 1998년 9월 30일 19시 15분


아시아 개발도상국 특유의 ‘군산(軍産)복합체’ 전통이 사라질 것인가.

최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은 인민해방군의 기업경영 중단을 지시했다. 이어 장완녠(張萬年)군사위부주석이 군부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개도국의 군경(軍經) 분리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군의 기업소유와 경영은 이 지역의 광범위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가수립 과정에서 군의 역할이 컸던데다 군사정권의 경우 개발독재의 첨병 역할 수행에 따라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각국은 군경분리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군부의 막강한 영향력과 오랜 전통을 고려할 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마오쩌둥(毛澤東)의 군지휘노선인 ‘전투 공작 생산’의 3대임무 동시수행의 전통을 지녀온 인민해방군은 공산혁명시절부터 군수물자의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해왔다.

27년 창군 이후 계속돼온 이같은 원칙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80년대 중반부터 군현대화 예산의 자체조달을 이유로 기업경영에 무차별 개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3백10만 인민해방군이 소유 경영하고 있는 기업은 무기판매 무역 금융 광산 부동산 호텔 나이트클럽 경영 등 2만여개. 중국에서 생산되는 냉장고의 절반과 오토바이의 65%, TV의 30%가 군에서 만들어진다. 이들 군기업의 전체수익은 한해 국방예산 97억달러를 넘는 1백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일부는 중앙정부 예산으로 상납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은 장주석의 군경분리 지시를 최근 군에 의한 고급자동차 담배 등의 밀수행위에 대한 경고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군의 기업경영을 하루아침에 청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베트남〓60만 병력이 항공기임대 부동산 광산 농업 호텔 등 2백여개의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0여개의 외국기업과 수억달러의 합작투자를 했다. 군기업의 한해 평균수입은 6억달러 이상.

국방부는 최근 “베트남군은 본연의 전투수행 임무와 함께 경제활동에도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 군경분리와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인도네시아〓군사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수하르토 전대통령이 32년 장기집권하면서 군을 경제성장의 지렛대로 이용했다. 60년대 군엘리트들을 미국에 유학보내 경제관료나 국영기업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지금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 등 국영기업체장은 대부분 전현직 군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항공사에서 어업 관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 군이 개입하고 있다.

▼태국〓군의 직접적인 기업소유보다는 퇴역장성의 기업체장 은행장 임명 등으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웃한 미얀마 군사정권과 무역을 할 때 기업체장이 군부인사가 아니면 거래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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