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열린마음』역설…日천황 『한반도에 고통』사과

  • 입력 1998년 10월 7일 19시 23분


아키히토(明仁)일본천황은 7일 “한때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다”며 “그것에 대한 깊은 슬픔은 항상 본인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천황은 이날 저녁 황궁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내외 초청 국빈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한일 양국간 긴밀한 교류의 역사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일본이 과거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한데 대한 사과표현으로 94년3월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 방일시 만찬에서 했던 내용과 같은 내용이다. 천황의 과거사 사과는 이번이 네번째다.

김대통령은 답사에서 “한일 양국간의 다양한 협력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정한 동반자관계를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8일 오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와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오부치총리는 “한국 국민에 대해 식민지 지배에 의해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통절(痛切)하게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과한다”고 언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공동선언에 명기된다. 지금까지 일본 천황과 총리는 ‘통석(痛惜)’‘진사(陳謝)’ ‘깊은 반성’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김대통령과 오부치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회담의 정례화 등 각급 대화채널 확충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기 위한 대북공조 강화를 비롯한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또 △경제협력 △환경과 마약을 비롯한 범세계적 문제에 관한 협력 △양국 국민 및 문화교류 증진 등 5개 분야의 협력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는 7일낮 하네다공항에 도착, 3박4일간의 일본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김대통령은 이어 영빈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한 뒤 궁성으로 아키히토천황을 예방, 20여분간 환담을 나누고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졌다.

김대통령은 이날 서울공항에서의 출국인사를 통해 “일본은 과거사의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그러나 일본이 전후에 이룩한 긍정적인 면을 평가하고 일본과 더불어 21세기 동반자로서 양국의 국익과 아시아 세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윤상삼특파원·임채청기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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