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과거와 달리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으로 문서화됐다. 전례없이 상세한 행동계획도 마련했다. 이는 양국 정부가 합의사항의 충실한 이행을 문서로 다짐한 것이다.
이번 공동선언에는 불행했던 양국 과거사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시돼 있고 그에 대한 일본정부의 분명한 사죄가 담겨 있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오랫동안 한국정부가 주장했으나 잘 안됐던 것이다. 정상회담의 정례화도 큰 진전이다.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문제와 실리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뒀나.
“양쪽 다 비중을 뒀다.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20세기의 문제를 매듭짓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아울러 국익을 위해 구체적 협력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또다시 과거사나 독도문제 등과 관련한 일본측의 망언이 나온다면….
“과거사문제에 대한 종전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언급이 애매했을 뿐만 아니라 말에 그쳤기 때문에 다른 정치인들이 뒤엎는 경우가 많아 사과는 형식일 뿐이고 알맹이는 바뀌지 않았다는 의심을 안겨줬다. 이번에는 문서로 분명히 반성과 사죄를 밝혔기 때문에 일본 정부나 국민도 당연히 구속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줄었다고 본다.”
―아키히토(明仁)일본천황의 방한은 언제쯤 실현될 것으로 보나.
“아키히토천황은 대단히 겸손하고 성실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중국이나 영국도 방문한 천황이 국교정상화 후 33년간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천황 방한은 양국관계에 대단히 플러스가 될 것이므로 양국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국민감정 등 국내에서 준비가 되는 것을 봐서 실현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대일감정은 특별한데 응어리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 국민의 대일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성의를 표시하면 금도를 가지고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국 정부도 노력할 것이나 국민도 협력해 줬으면 한다.”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실천이 중요한데….
“지나치게 낙관하지는 않지만 일본 정계가 여야 할 것 없이 정상회담 결과에 긍정적 적극적이어서 합의사항이 충실히 이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야 한다. 물론 국내에서 이말 저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방일에 때맞춰 엔화가 급등했는데….
“총체적으로 우리 경제에 플러스요인이 될 것이다. 조심스럽게 대비해야겠지만 국제경제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피를 말리는 고통을 겪으며 4대 개혁과 수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도 국제경제여건이 좋아지기를 기다린 것이다. 돌아가면 달라지고 있는 국제경제여건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겠다.”
〈도쿄〓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