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 訪韓]유럽 사회학 최고봉

  • 입력 1998년 10월 10일 19시 11분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다. 좌우를 뛰어 넘는 새로운 ‘제3의 길’만이 21세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핵심 브레인인 앤서니 기든스(60)가 11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현재 런던정치경제대학장을 맡고 있는 기든스는 독일의 사회철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유럽 사회학계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미국 독일 프랑스가 아성을 구축해온 사회학계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해 ‘영국의 자존심’이라 불릴 정도다.

기든스 사상세계의 핵심은 ‘제3의 길’. 이에 대해 기든스는 “단순한 좌우(左右)의 타협이 아니라 중도 좌파의 핵심적 가치를 끌어내 사회경제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것, 즉 실용주의적 사회민주주의의 복원”이라고 역설한다.

그에게 있어 좌파 우파는 폐기되어야 할 대상이다.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좌파 이데올로기는 위기에 봉착했고 우파 자본주의 역시 불평등이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좌파의 사회복지에 대한 집착, 우파의 시장경제원리에 바탕을 둔 역동성은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든스의 주장은 결국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의미있고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토니 블레어총리가 기든스의 ‘제3의 길’을 적극적으로 개혁정책에 반영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든스가 세계 사회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불과 서른셋의 나이로 자본주의를 해부한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를 펴냈던 71년부터. 70년대에 좌파적 성향을 보였던 그는 80년대 들어 ‘사적 유물론 비판’을 펴내면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집착에서 탈피, 후기산업사회에 적절한 이론틀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그는 유럽에서의 모더니티(근대성)―포스트모더니티(탈근대성) 논쟁에서 탁월한 역량을 과시했다. 당시 모더니티에 대한 맹목적인 찬사와 지나치게 현실 추종적인 포스트모더니즘론에서 벗어나 비판적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든스는 특히 95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과 함께 ‘위험사회론’을 주창, 돌진적 맹목적인 근대화 산업화가 인류전체에 총체적인 위기를 가져왔기 때문에 근대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학자인 김현옥 아태평화재단 책임연구위원은 “기든스의 논지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이상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하고 특히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이번 방한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13일 오전 7시반부터 11시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룸에서 자신의 사상세계에 관한 특별강연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앤서니 기든스 주요저서]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1971*)

△선진사회의 계급구조(1973)

△사회이론의 주요 쟁점(1979*)

△사적 유물론 비판(1981)

△국민국가와 폭력(1985)

△포스트모더니티―모더니티의 결과들(1990*)

△현대성과 자아정체성(1991*)

△친밀성의 변동―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1992*)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1994*)

△성찰적 근대화(1995)

△사회학의 변론(1996)

△제3의 길―사회민주주의의 복원(1998)(*는 국내번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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