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부터 8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서방선진7개국(G7)회담 △G22(G7+15개 개도국)회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가 잇따라 열렸지만 이에 관한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통해 향후 논의의 기초는 다져졌으며 개편의 대체적인 윤곽은 드러났다는 평이다.
금융질서 개편론의 쟁점은 △헤지펀드 규제대책 △새 국제금융기구 모색 및 IMF의 민주화 △자금 확충 △부채 조정 등으로 요약된다.
▼헤지펀드 규제〓프랑스는 단기자본의 이동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규제, 조세제도의 활용 등이 금기시되어서는 안되며 예외적인 환경에서는 금융보호비상조치(지불정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국제금융체제 개혁에 관한 어떠한 논의도 상품 서비스 자본의 자유로운 국가간 흐름에 입각한 시장경제체제가 최선의 길이라는 신념에 기초해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다만 각국이 회계 및 기업관련법을 정비, 돈의 움직임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자는데는 대체적인 동의가 이뤄졌다.
▼새로운 국제금융기구 모색〓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국제통화체제의 개혁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IMF자체의 개혁이 이번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IMF폐지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IMF내에서 개도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유럽쪽에서는 “아예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하지만 ‘IMF 존속 및 강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확고해 IMF가 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금 확충〓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에 긴급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IMF산하에 다자간 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IMF의 자금난이 심각한 만큼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IMF 세계은행의 통합〓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총재는 구제금융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IMF의 요구에 대해 “세계은행은 제 2의 IMF가 아니다”며 “우리는 빈국을 돕기 위한 장기 원조라는 고유의 기능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해 두 기구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채 조정〓캉드쉬 IMF총재는 극단적 외환위기에 처한 나라들에 한해 일시적으로 채무상환을 동결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 부채탕감 문제는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간채권자들이 채무국에 대해 일방적인 자금지원 중단이나 철수가 아닌 지불조건 협의 등을 통해 부채구조조정이 집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자는 정도의 미온적인 입장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