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금융시스템 기술적 파산상태』

  • 입력 1998년 10월 14일 06시 50분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13일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파산상태(Technically Insolvent)’에 있어 내년 안으로 일부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이날 뉴욕에서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은행권은 현재 △악성부채를 줄일 가능성이 적어 자산상태가 개선될 전망이 불투명하고 △자금 흐름이 여전히 경직돼 있으며 △수익성이 나아질 전망이 적고 △자본부족 등의 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한국정부가 은행시스템의 개혁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직원 감축 등에 따른 사회 정치적 저항도 만만치 않아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무디스는 이어 “재벌의 구조조정이 진행된후 은행들이 활력을 되찾을 만큼 자본을 재충당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무디스는 또 일본의 경기침체와 미국의 경기하락 조짐 등 한국을 둘러싼 주변 환경도 크게 개선되지 않아 한국경제 특히 금융부문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FP통신은 한국 금융감독위원회 관리의 말을 인용, “무디스사의 평가는 최근 9개 은행의 경영진과 노조가 직원의 32%를 정리하기로 합의한 내용 등이 포함되지 않은 낡은 자료를 기반으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디스의 이같은 보고서가 악성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권을 재조정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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