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은 27일 출범할 새 정권인 사민당(SPD)과 녹색당의 ‘적―녹(赤綠)연정’구성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독일 남부 지역시민 등 보수성향의 국민과 상당수 기업가들은 양당의 연정구성과정을 의심의 눈으로 지켜 보고 있다.
녹색당은 과거 ‘거리의 투사’였다.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 휘발유 등 화석연료비용의 대폭인상, 반테러법 폐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서유럽동맹의 해체 등을 요구하며 수십년간 정부와 맞서 왔다. 당연히 ‘급진적 이상주의’라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제기됐다.
미국과 영국은 80년대 후반만 해도 독일 녹색당이 옛 소련과 연계돼 있는 정치단체며 NATO군에 미제 ‘퍼싱Ⅱ’미사일(미국은 이미 철수)배치를 반대한 반미집단으로 규정했었다.
이제 녹색당은 정권의 담임자가 돼 정책을 집행하는 위치로 바뀌었다. 환경정당이 정권에 담당하게된 것도 세계에서 처음이다. 더구나 연립정부에서 외무장관을 맡게 될 요시카 피셔, 환경장관을 맡게될 위르겐 트리틴, 치안담당장관을 맡게될 ‘테러리스트의 변호사’출신 오토 실리 등의 사상과 전력도 일부 독일인은 걱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지도 “웃음의 콜총리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물론 연정구성 협상과정에서 소득세율 인하폭 등 일부 이슈는 타협이 되고 일부는 절충 중이며 격론이 계속되는 사안도 있다.
물론 녹색당도 현실을 인식하며 주장도 바꾸고 있다. 선거후 녹색당 집행부 간부들은 무엇보다 ‘책임있는 정당’, 또는 ‘책임’이란 단어를 무척 강조하고 있다. 피셔 차기외무장관도 “우리가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데어 슈피겔은 체제 내에 들어갈 녹색당 집행간부들의 이같은 변화를 두고 “세월이 바뀐 것인가, 문화가 바뀐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SPD도 바뀌고 있다. 환경문제나 SPD의 기본이념인 사회복지는 헬무트 콜총리 정부 때 상당부분 채택되고 집행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좌파 대 우파의 이념적 대립은 통일 이후 경제문제가 최대의 국정과제로 부상하면서 관심 대상에서 멀어졌다.더구나 영국과 프랑스의 좌파정권이 중도좌파노선을 추구하듯 게르하르트 슈뢰더차기총리도 ‘Neue Mitte(새로운 중도)’를 선언하고 이를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콜정부가 해결 못한 실업문제 복지비삭감문제 환경문제 등은 ‘적―녹연정’에서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다.
대부분의 독일국민은 적―녹연정이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다보면 현실적으로 돌아서 균형감각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뢰더 차기총리가 피셔차기외무장관을 대동해 9일 미국을 방문, 코소보사태에 NATO 및 미국과의 정책공조를 재확인한 것도 독일인과 서유럽에 일단 안도감을 주었다.
〈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