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언론들은 13일 “대통령의 건강 악화는 국가적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드미트리 야쿠쉬킨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은 ‘고리키9’별장에서 당분간 쉬어야 한다”며 “13일부터 크렘린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이번 주말까지 공식행사를 일절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옐친은 우즈베크와 카자흐 순방기간 중 비틀거리고 간단한 인사말조차 제대로 못해 일정을 단축하고 12일 급거 모스크바로 돌아갔었다.
크렘린궁은 “대통령이 독감에 걸려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했으며 전화로 정부관리들과 국정을 논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옐친에 온정적이던 언론들까지 그의 중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조기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는 “대통령은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으며 나라경제가 풍전등화인 때 이는 국가적 재앙”이라며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예브게니 프리마코프총리에게 빨리 이양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들이 옐친대통령의 ‘업무능력 수행불능’을 선언한 13일 모스크바는 어수선한 가운데 시민 사이에는 생필품을 사재는 등 심리적인 동요가 일고 있다.
옐친의 와병으로 대내외적 정책혼선도 나타나고 있다. 취임 한달이 넘은 프리마코프총리는 야당인 공산당을 끌어들여 정부를 꾸려가고 있으나 경제위기를 풀어나갈 대책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통화기금(IMF)간부들은 “러시아가 필요한 기초자료를 내놓지 않아 방문을 이달말로 연기한다”며 입국하지 않았을 정도.
외국언론들은 “옐친은 치매증상이 진행되거나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옐친이 조기사임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대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