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리인하조치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가 아니라 임시회의에서 긴급히 결정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FRB는 8월까지만 해도 “8년째 계속되고 있는 호황기조를 2000년 이후까지 이어가려면 인플레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며 금리를 올릴 것을 검토해왔다.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뚜렷해지기 시작한 수출감소추세가 9월 들어 더욱 확대되고 반대로 수입은 급증해 무역수지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자 생각을 바꿨다.
무역적자 누적은 미국내 일자리 축소를 불러오고 특히 미국경제의 60% 이상을 떠받치고 있는 소비를 움츠리게 해 미국경제를 뿌리부터 흔들기 때문.
더욱이 헤지펀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롱텀캐피털이 도산위기에 몰리는 등 자본시장의 불안은 점차 깊어졌다. 지난달 금리인하 직전 8,110수준이었던 다우존스지수는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15일 7,970으로 떨어졌다.
FRB가 이번에 민간은행에 돈을 꿔줄 때 적용하는 연방기금 금리뿐만 아니라 어음 재할인시 적용하는 재할인율까지 내린 것은 기업투자와 소비자의 소비를 자극해 경기하강 움직임에 미리 쐐기를 박기 위해서다.
특히 미 상무부가 14일 “9월 소매매출증가율이 당초 예상한 0.6%의 절반수준인 0.3%에 머물렀다”고 발표하자 FRB는 이를 소비위축의 확실한 증거로 해석해 정기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15일 공개시장위를 긴급 소집했다.
미국이 이번에 파장이 큰 재할인율까지 낮췄기 때문에 앞으로 유럽에서의 금리인하를 촉진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금리가 동반인하될 경우 한국은 외채상환 부담이 줄어든다. 또 수출이 늘어나 국제수지 개선과 외채상환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인하는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중국 위안(元)화는 물론 환율이 달러에 연계된 여타 통화의 절하압력도 완화된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