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미의회가 대북 중유(重油)공급 예산 3천5백만달러를 부활시켜 주는 조건으로 ‘조정역’ 신설을 예산안에 명시토록 했다”고 전하고 “미 행정부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한반도문제 조정역’은 그동안 일부 공화당의원들과 민간연구소 등이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던 것으로 앞으로 클린턴행정부로부터 한반도정책을 보고받고 의회와의 입장차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빠르면 연내에 활동을 개시할 ‘조정역(Coordinator)’으로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유력시 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 폴 월포위츠 전 국방차관 등도 거론되고 있다.
‘조정역’은 기본적으로 대북정책에 관한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을 조정하는 일종의 ‘교량역’을 하게 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대북접촉과 협상에 또 하나의 창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리 정부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정역’은 한반도 평화회담 전담대사인 찰스 카트먼보다 더 비중있는 중량급 인사가 임명될 확률이 높은데다 클린턴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회의적인 의회의 목소리가 반영된 직책이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바로 그같은 오해와 우려를 감안, ‘한반도문제 특사’라는 명칭을 피해 ‘조정역’이라는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신설될 조정역이 북한 지도부와의 직접 접촉이나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카트먼대사가 급이 더 높은 ‘조정역’에게 ‘보고 의무’를 지게 될 것이므로 ‘조정역’이 한미 양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견제, 수정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럴 경우 우리도 ‘햇볕정책’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