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 안팎]클린턴, 두 정상 붙잡고 시한연장

  • 입력 1998년 10월 21일 19시 48분


19일 시카고에서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참석중이던 빌 클린턴미국 대통령은 경악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청년이 이스라엘 남부 베에르셰바시에서 폭탄을 투척해 60여명의 이스라엘 시민이 부상함에 따라 중동평화회담이 결렬위기에 빠졌다는 급보를 받고서였다.

클린턴대통령은 행사장을 빠져나와 회담장인 메릴랜드주 와이플랜테이션으로 급히 달려갔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협상을 계속하도록 설득했다.

클린턴대통령의 당초 계획은 두 정상을 만나게 한 뒤 협상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주도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폭탄테러사건이 발생한 후 거의 매일 협상장을 찾고 있으며 백악관수석참모들을 현장에 파견해 물꼬를 트는데 주력하고 있다.

원래 협상일정은 15일부터 4일간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이 없자 클린턴대통령은 네타냐후총리와 아라파트수반에게 “하루 더” “하루만 더”하면서 두 정상을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협상은 예정보다 3일을 넘기고 있다.이를 두고 워싱턴에서는 “황제가 봉건영주를 별장에 불러다 놓고 합의할 때까지 가두어 둔 모습”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협상장소는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인 와이플랜테이션 콘퍼런스센터. 이곳은 동부 해안을 낀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곳이다.

숙소에는 피아노 당구대 골프카트 등 오락시설을 비치했으며 이스라엘 대표단에는 유태교 율법에 맞는 정통음식도 준비했다.

양측 대표단이 공식회담을 끝낸후 머리를 식히거나 함께 자연스럽게 정원을 산책토록해 ‘본회담’에서보다 부드럽게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보안은 철통같다. 양국 대표단과 미국대통령이 지명한 미국관계자들 외에는 일절 출입이 안된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클린턴의 요구대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20일에는 뉴욕 메이요 클리닉에서 암치료를 받고 있는 요르단의 후세인국왕을 회담장으로 불러 양측 정상을 설득해 주도록 부탁했다.클린턴대통령의 이같은 노력은 섹스스캔들로 위신이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외교에서 되찾고 또 다음달 중간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려는 두가지 전략이 있는 것 같다고 언론은 보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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