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증권가에서는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 사건이 있었다.
NTT도코모는 도쿄(東京)증권거래소 상장(上場)첫날인 22일 1주당 4백65만엔(약 5천1백15만원·종가기준)이라는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됐다.
이달 중순 공모때부터 화제를 모은 이 회사 주가는 상장첫날 공모가보다 20%나 급등했다. 특히 닛케이(日經)평균주가가 80년대후반 수준으로 뒷걸음칠만큼 전반적인 증시침체 상황이어서 NTT도코모의 인기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모회사인 NTT는 이번 상장으로 무려 2조1천3백억엔(약 23조4천3백억원)을 확보, 자금난에 시달리는 다른 기업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면 과거 일본 대학생의 취업희망기업에서 항상 높은 순위에 올랐던 장기신용은행은 23일 일시국유화 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문을 닫았다.
2차대전후 처음으로 국유화라는 치욕을 맛본 이 은행의 22일 주가는 1주당 2엔(약 22원). 그나마 하루 뒤인 23일에는 상장폐지돼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두 회사의 명암(明暗)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이에 대응하는 능력에서 갈렸다.
NTT도코모는 휴대전화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일본어로 ‘어디든지’라는 뜻을 갖고 있는 ‘도코모’라는 회사이름처럼 이 회사의 휴대전화는 일본 어디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NTT도코모의 주가폭등은 지난달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 주식의 시가총액이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GE를 제치면서 세계1위가 된 것과 같은 현상. 빠르게 몰려오는 정보화의 물결에 잘 적응한 덕이다.
반면 일본장기신용은행의 몰락은 대장성의 보호와 규제라는 ‘역사적 유물’속에 안존해온 일본 금융기관의 현주소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은행은 거품경기 때 떠안은 막대한 부실채권 처리를 미적거렸다.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지 않고 “정부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으로 경영을 해왔다. 은행장 등 고위임원에 대장성 퇴직관료가 ‘낙하산인사’로 내려앉았고 은행은 곪아가는데도 임원들은 막대한 퇴직금을 챙겼다.
두 기업은 결국 최우등생과 낙제생으로 운명을 달리하게 됐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