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44년 남프랑스 해안에서 공군조종사로 정찰비행을 하던 중 실종된 뒤 종적이 묘연한 프랑스의 신비주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난 50여년간 그의 실종을 규명해보려는 프랑스정부와 민간단체들의 숱한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올 9월26일 프랑스 남부 해안 지역에서 프랑스의 한 넙치잡이 어부가 생텍쥐페리의 것으로 보이는 은팔찌를 발견해 ‘어린 왕자’를 기억하는 전 세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어부의 그물에 걸려나온 이 팔찌에는 생텍쥐페리의 부인과 동료 출판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어린왕자’ ‘야간비행’ 등 감수성 예민한 어린시절과 인간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을 잇따라 내놓아 주목받았던 그는 작가이자 우편제도 현대화를 위해 헌신한 사업가였으며 조국을 지키기 위해 공군조종사로 참전한 애국자였다.
더욱이 그가 시신조차 남기지 않고 44세의 나이에 요절하자 그에 대한 정이 각별한 프랑스인들의 ‘생텍쥐페리 신화만들기’ 열기는 대단했다.
프랑스정부는 94년 그의 사망 50주년을 맞아 생텍쥐페리의 초상에 그가 직접 그린 어린왕자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삽화 및 그가 타던 비행기를 새겨넣은 50프랑(약 7천5백원)짜리 지폐를 발행했다.
그는 실종 당시 코르시카섬을 떠나 프랑스 남부 니스를 향하던 중이었다. 이 항로에 대한 탐색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94년엔 타이타닉호를 인양했던 작업팀이 동원되기도 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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