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공백 러政局]후계구도 둘러싼 권력투쟁 예고

  • 입력 1998년 10월 30일 19시 43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67)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30일 흑해 연안의 휴양지로 떠남으로써 러시아 정계는 점차 후계구도를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공산당 등 야권에서 옐친의 건강을 이유로 조기사임을 요구해왔으나 크렘린궁은 “대통령은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말만 강조하다 이달말로 접어들면서 건강이상을 점차 인정하기 시작했다.

크렘린궁이 향후 옐친의 역할을 ‘상징적인 국가원수’로 한정하고 안정적인 정권이양을 위한 헌법개정작업까지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야당 인사들은 “옐친은 단 몇 분도 제대로 대화할 수 없을 정도이며 얼마 안가서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한다”고 옐친의 위중함을 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정은 여야 합의에 따라 중립적인 인물로서 총리직에 오른 예브게니 프리마코프총리가 담당하게 됐다. 프리마코프 총리는 경제위기 와중에서 대통령의 건강까지 악화하자 9월부터 사실상 국정을 도맡아 왔다.

러시아 정국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옐친이 조기사임하거나 갑자기 사망할 경우다. 물론 옐친의 조기사임 가능성은 희박하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후 옛 소련의 최고지도자들은 64년 실각당한 니키타 흐루시초프와 91년 소련연방 해체와 함께 사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빼놓고는 모두 병사할 때까지 권좌에 있었다.

옐친대통령의 임기는 2000년 8월까지.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이 임기종료 전에 사직 또는 사망할 경우 3개월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옐친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 크렘린궁에 복귀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당수 등은 “옐친의 시대는 끝났다”며 옐친의 조기사임과 조기 대선을 주장하고 있다.

〈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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