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초등학교 시민교육 교과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글이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무나 책임 예절 등을 먼저 가르쳐야 할 것 같은데 프랑스에서는 개인의 권리, 법 앞에서의 평등, 여러가지의 자유를 먼저 배운다.
대(大)를 위하여 소(小)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중요시하는 교육도 없다. 오히려 개인이 없는 사회나 개인이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배운다. 그리고 개인의 권리 확보를 위하여 타인의 권리를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도 배운다. 각 소시민이 자기의 권리를 찾고 소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때 그 사회는 건강할 수 있다는 논리다. 프랑스인들의 자기 권리 주장은 과격해 보이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은 시위를 즐긴다. 시위를 하려는 모든 단체나 개인은 법에 의하여 관계당국에 3일전 시위허가를 얻으면 된다. 프랑스 사람들은 5년을 주기로 길바닥에 내려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시위를 자주 한다. 공장노동자 기업체사장 농민 교사 의사 판사 소방원 동성연애자 약사 공무원 배우 화가 실업자 창녀 집없는 사람들, 심지어는 경찰들까지도 시위나 파업을 한다.
사회의 모든 계층이 단순 노동자부터 회사의 사장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 없다. 시위를 하지 않는 사람은 마치 프랑스 국민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다. 어느 이익단체의 시위나 파업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닥쳐도 크게 비방하거나 폭력적인 수단으로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로 인한 계층간의 갈등도 거의 없다.
몇주씩 계속되는 지하철이나 전철의 부분파업에 큰 불편을 겪는 사용자들도 다른 직종의 파업이나 시위로 인한 불편함을 참 잘 삭인다. 자기들도 항상 시위나 파업으로 남을 항상 불편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그러는지 모르겠다. 프랑스인들의 이같은 방식의 자기권리 주장은 처량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프랑스에서는 사회에 진출해서 받는 첫번째 봉급이, 첫번째 보직이 평생을 결정한다. 프랑스 사회는 거의 진급이 없는 사회다. 일단 머리좋은 지도자들이 만들어 놓은 훌륭한 사회제도를 소시민이 변화시키고 발전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불평 불만이 있어도 시위가 벌어질 때 거리로 뛰어나가 한번 구호를 외치고 노래라도 부르는 수밖에 없다. 최근엔 50만명 이상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전국에서 시위를 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예전에는 경찰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고 어느 시절에는 교사에게 반발하는 고교생들의 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신세대의 구호는 바뀌었다. 안전을 위하여 보다 많은 경찰과 과밀학급 해소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보다 많은 교사를 확보해 달라는 것이 요즘 프랑스 고교생들의 요구다.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경찰과 교사 증원을 요구하는 학생들이라니….
조만간 선거에서 한표를 행사할 미래의 유권자들을 위하여 프랑스 문교장관은 상당 부문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줄 모양이다. 부모들이 문교예산 증액을 위하여 새로운 세금을 내주지 않는 한 다른 예산을 전용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예산을 전용할 것이다. 얼마후엔 과밀학급이 될 프랑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부모들과 거리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이춘건<만트래블 여행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