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불황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 정부가 △획기적인 감세 △금융산업 회생 △공공투자 확대 등 ‘고단위 처방’을 하고 있어 일본 경제는 조만간 터널 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광수(金光洙)노무라종합연구소연구원은 전망했다.
일본에서는 이번 경기침체를 두고 ‘하시모토 불황’이라고 부른다.
작년 경기후퇴가 시작됐는데도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내각이 재정개혁을 내세우며 소비세를 인상하는 등 ‘긴축’페달을 밟는 바람에 경제가 낭떠러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뒤늦게 정신을 차린 당국은 2조엔 특별감세, 30조엔 금융안정자금투입 등 부양조치를 내놨지만 효험은 없었다.
늘어난 가처분소득이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저축으로 ‘퇴장’해버린 것.
회사원 나카야마 준이치(中山淳一)는 “해고와 기업도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돈을 쓸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금융부실 문제가 드러나면서 다급해진 은행들이 대출창구를 막아버렸다. 기업투자가 중단된 것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도산위기로 몰리게 됐고 이는 신용을 더욱 경색시켰다.
일본 경제의 뚜렷한 특징중 하나는 민간수요가 경기를 좌우한다는 점.
민간의 소비지출및 기업투자가 전체 지출의 81%를 차지하며 정부부문 지출은 17.1%에 불과하다. 경기와 수출입 추이의 상관관계도 크지 않다.
따라서 7월말 발족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내각의 대담한 정책전환도 실물과 금융부문의 쌍둥이 악순환고리를 끊기 위해 민간지출을 늘리고 신용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민세 소득세 등에 대해 추가감세를 실시하고 평균 46%에 이르는 법인세율을 국제수준(40%내외)에 접근시키며 보조적으로 재정확대정책을 편 것.
정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일인당 1만∼3만엔 가량의 상품권을 나눠주겠다는 발상. ‘세금만 깎아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반드시 소비하게 만들려면 상품권을 줘야 한다.’는 이 정책은 강제적 소비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제조업경쟁력에 바탕을 둔 일본의 풍부한 자금력(세계최대의 무역흑자와 외환보유액)은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제 일본정부가 얼마나 빨리 국민과 기업의 불안심리를 없애고 미래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지가 경기회복의 시점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 남아있다.
〈허승호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