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이하 미 동부시간)은 이라크가 미국의 엄청난 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숨가쁜 날이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3일 밤 백악관에서 안보관계자들과 이라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뒤 숙소로 돌아가기 직전 이라크에 대한 공격명령에 서명했다. 공격시간은 14일 오전 9시.
대통령이 공격명령에 서명한 직후 미 버지니아주 랭리 공군기지에서 F15전투기가, 또 다른 지역에서는 B52 폭격기가 걸프지역으로 발진했다.
걸프해역에 주둔하고 있는 군함과 항모 아이젠하워에서도 토마호크미사일을 탑재한 B52가 이라크 상공을 선회하며 공격명령만을 기다렸다.
H아워 1시간전인 14일 오전 8시. 샌디 버거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이라크가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무기사찰에 관해 ‘긍정적인’ 서한을 보냈다”고 클린턴대통령에게 긴급 보고했다. 워낙 화급한 사안이라 버거 보좌관은 서한의 전문(全文)이 아니라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는 짤막한 내용만을 보고했다.
긴박한 30분이 다시 흘렀다. 클린턴대통령은 추가보고를 토대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유엔의 전면 무기사찰’에 응하기로 한 것으로 판단하고 오전 8시30분 공격을 일단 연기하라는 명령을 군에 내렸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이처럼 긴박한 순간을 거쳐 이라크가 아슬아슬하게 ‘14일 공습’을 모면했다고 전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