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봐도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두 정상의 만남은 구소련 붕괴후인 92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6번째여서 양국 관계를 재정립할 주요 현안은 이미 논의가 끝난 상태다. 이번 회담이 모스크바 교외 노보오가레보의 대통령별장에서 비공식으로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주석은 19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격식없고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고 국제상황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회담성격을 규정했다.
그렇다고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장주석이 언급한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심화 발전’에 깃들인 함의(含意)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양국은 지난해 4, 11월 두차례의 정상회담후 공동성명에서 “두 나라가 모색하는 다극화 세계는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선언했다.
냉전종식후 유일 초강국으로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중러의 전략적 동반자관계 구축은 미일 안보긴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축을 구축하려는 공동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국은 21세기 국제질서를 ‘다극화 체제’로 이끌어 갈 뜻을 명백히 하면서 국제무대에서의 공조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은 미국 일본의 신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과 전역미사일방어(TMD)구상에 이어 일본측의 첩보위성 발사계획이 중러를 겨냥한 새로운 대결구도 및 일본의 군사대국화 부상이라는 인식아래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한반도 6자회담을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현재의 4자회담을 선호하고 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교역확대는 물론 우주항공 기계 에너지 등 경제과학기술분야의 협력 심화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마무리하지 못했던 중국 서부지역의 일부 국경선 획정협상도 이번 회담 의제의 하나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