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수합병(M&A). 세계적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이 잇달아 이루어지면서 지구촌 종업원들이 감원사태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의 1,2위 석유회사인 엑슨과 모빌이 1일 합병을 발표함에 따라 양사 직원의 10% 가량인 1만2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유 및 시장판매 부문에서 대규모 해고가 있을 것”이라며 “감원규모가 1만5천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30일 미국의 뱅커스트러스트 인수를 발표한 독일의 도이체방크도 “업무가 중복되는 직원 5천5백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합병의 메카’로 기업사냥꾼이 득실대는 미국 뉴욕 월가도 올 하반기 이후 감원공포에 휩싸여 있다.
메릴린치 스미스바니 ING베어링스 모건스탠리 체이스맨해튼 JP모건 등 국제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쟁쟁한 금융기관들이 각각 5∼10%의 감원을 시행했기 때문.심지어 올 4월 트래블러스은행을 합병하면서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시티그룹조차도 16만명중 5%인 8천명을 감원했다.
지난해 맥도널더글러스를 인수하면서 2만8천명을 잘랐던 미국의 보잉사도 경기침체로 2만명을 더 줄일 방침이다.
스웨덴의 볼보사도 1일 “내년 중반까지 전체 직원의 7%인 5천3백명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올들어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따라 1백여개 금융기관이 문을 닫고 6만여명이 직장을 잃은 한국도 세계적 감원대열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다.
좀처럼 감원은 하지 않던 일본의 금융계도 올 4월 홋카이도(北海道)척식은행과 홋카이도은행의 합병때 2천명을 자르는 등 크게 달라졌다.
이같은 감원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안정을 해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행정부는 최근 “기업이 주주의 이익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종업원과의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벨애틀랜틱이 나이넥스를 합병하면서 계획했던 2%의 감원은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무산되기도 했다.기업이 주주의 이익만 극대화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고용안정 등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해야 하는지는 인수합병과 해고가 일상화된 세계화 시대에 떠오른 또 하나의 쟁점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