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11개국이 경제력 및 경제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통화동맹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유러에 불참하는 영국도 9, 10일경 금리결정을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어서 유럽의 금리인하 물결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자극효과〓이번 조치는 아시아에서 출발해 러시아와 남미를 거친 경제위기의 여파로 침체국면에 접어든 유럽 경제를 자극하기 위한 처방. 유럽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희소식이다.
금리인하소식이 전해지자 독일 영국 프랑스 스위스의 주가지수는 즉시 0.7∼4%씩 올랐다. 유럽 전체의 성장률이 금년 3%에서 내년에 2.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왔고 주요국의 주가지수도 7월말 이후 하락세를 보여 독일은 24%, 프랑스는 16.8%가 떨어졌다.
이번 조치는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경제동향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믿음을 줌으로써 심리적인 부양효과까지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러 성공을 위한 토대〓시장의 의표를 찌르는 이번 전격 조치로 유러는 큰 장벽을 하나 넘게 됐다. 통화통합은 ‘돈의 값’인 각국 금리의 일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 장애물이 일거에 제거된 것.
만일 같은 화폐에 대해 여러가지 금리가 공존한다면 돈은 높은 금리를 찾아 흐르게 된다.
유러화의 성패가 화폐가치 안정에 달려 있는 만큼 유럽 경제의 기반을 든든히 해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것도 이번 조치의 주요한 노림수다.
이번 금리인하는 또 ECB와 유럽연합(EU) 사이의 정책공조를 확인시켰다.
EU 11개국 재무장관들은 지난달 22일 “경우에 따라서는 인플레를 감수하고라도 경기를 부양하고 실업을 줄이는 ‘제3의 길’ 통화정책을 펴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ECB는 결국 이같은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전체적으로 득(得)이 실(失)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노대래(盧大來)재경관은 “이 조치로 유럽을 비롯한 서방의 실물경기가 살아날 경우 수출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유럽에 머물던 여유자금이 동아시아로 이동할 수 있으며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금융비용을 다소 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리인하로 유러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유러화의 절하를 초래,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베를린연합·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