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스페인 인도」몇년 걸릴 수도』

  • 입력 1998년 12월 10일 19시 24분


세계 인권선언의 날을 기념하는 개가일까.

국제인권단체들은 10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독재자를 스페인에 인도하기 위해 사법절차를 밟기로 한 영국정부의 결정에 일제히 환영을 표시했다.

런던에 있는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대변인 리처드 번팅은 “세계인권선언 5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잭 스트로 내무장관이 오늘 내린 결정은 인권을 위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리드 브로디 대변인도 “피노체트가 희생자들에게 사죄를 해야 하는 순간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한 영국 내무부의 어렵지만 용기있는 결정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도 피노체트의 철권통치하에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기쁨을 표시했으며 실종자 가족모임측은 “반인륜 범죄는 사면받을 수 없으며 피노체트는 25년만에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목숨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9일 스트로 영국 내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피노체트에 대한 스페인 인도절차의 근거를 발견했으며 법정은 스페인 정부의 피노체트 송환 요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영국 법원은 신병인도절차를 밟기 위해 피노체트에게 11일 오후(현지시간) 런던의 치안판사재판소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다.

피노체트측 변호사들은 피노체트의 스페인 인도를 저지하기 위해 영국에서 법정투쟁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어서 피노체트의 신병처리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는 스트로장관의 발표가 나온 직후 즉각 런던 주재 칠레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브라질을 방문중인 에두아르도 프레이 칠레대통령은 “우리의 사법주권에 대한 무도한 침해”라며 국제법정에 항소할 방침을 밝히고 11일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수백명의 피노체트 지지자들은 칠레 주재 영국대사관앞에 몰려가 영국국기를 불태우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스트로 장관의 결정을 “중대한 실수”라고 비난하고 “이것은 정치적인 결정이며 정치 지도력의 결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노체트의 신병인도 결정이 내려지자 막상 당사국인 스페인 정부는 “이번 사건은 법률적인 문제로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현재 피노체트는 법정투쟁에 대비해 런던교외의 한 별장에 머물고 있다.

〈런던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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