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칼럼]최영하/타지키스탄 내전과 한국교민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최근 반군이 준동하여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다섯나라 가운데 가장 남쪽 톈진산맥 속에 들어앉은 오지중의 오지다. 이 나라는 구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지 6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내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절반만한 국토 대부분이 만년설의 산악지대이며 남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북쪽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동쪽은 중국과 접해 있으나 파미르고원의 지세상 남쪽의 아프가니스탄과 북쪽의 우즈베키스탄으로 밖에는 출구가 없다.

독립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강경파가 정권을 잡자 구공산당 보수주의 세력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이슬람 강경세력을 축출하고 친러정권을 세웠으며 축출된 이슬람세력은 남부아프간 국경근처에서 6년간 게릴라전을 해왔다.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이슬람 강경주의가 북상하는 것을 막고 세계3대 마약 산지의 하나인 파미르고원으로부터 마약 출로를 막으려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은 타지키스탄 현정부를 지원해왔으며 독립국가연합(CIS)평화유지군을 파견해 남부아프간 국경수비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은 현 정권과 반군은 국민화합위원회를 설치해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등 평화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번 반란은 지금까지의 이슬람 종파간 대립보다는 남부와 북부, 타지크민족과 우즈베크민족이라는 지역적 민족적 갈등에서 비롯된 성격이 짙다. 반란의 주모자는 우즈베크민족 출신의 후도베르디예프 전 대령이며 반란을 일으킨 도시도 우즈베크민족이 많이 사는 북부의 후잔드라는 도시다. 이 도시는 톈산 남로 실크로드가 동서로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남부 산간지방의 수도 두샨베보다 산업시설이 많아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민도도 높은 곳이다.

우즈베크민족은 다른 중앙아시아 민족과 함께 투르크족(돌궐족)에 속하는데 반해 타지크민족은 아프간 이란쪽의 페르시안 계통이어서 서로 이질감을 느껴왔다. 작년에는 남부 출신인 현 대통령이 후잔드에 갔다가 수류탄 공격을 받기도 했다. 우즈베크 정부가 이번 반란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타지크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음에도 타지크 정부는 우즈베키스탄이 이번 반란을 배후에서 지원했다고 비난하고 있어 당분간 우즈베크―타지크 관계는 다소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타지키스탄에는 우리 한인 동포들(고려인)이 약 6천명 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수도 두샨베시와 북부 후잔드시 근처에 살면서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고 있다. 주로 1937년 연해주지방에서 강제이주당한 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살다가 남하한 사람들이다.

후잔드시에는 우리 갑을방적이 진출하여 현지인 2천5백명을 고용해 면사와 직물을 생산, 유럽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외국 기업으로 이 나라에 진출한 제일 큰 회사다. 현지에서 원면을 조달하고 인건비도 저렴해 경쟁력이 있지만 정정 불안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의 오지에 과감히 진출한 우리기업은 오랫동안 그늘에서 살았던 우리동포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있다. 이번 사태로 현지의 우리 교민들이 다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최영하(주우즈베키스탄 대사 겸 타지키스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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