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정부의 경기회복 낙관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본은행은 14일 발표한 ‘12월 기업 단기경제 관측조사’에서 “기업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행은 이어 “경기에 ‘변화의 태동’이 느껴지고 있으며 불황의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난 주 경제기획청의 ‘월례 경제동향보고서’를 반박했다.
일본은행 조사 결과 경기현황에 대해 ‘좋다’고 대답한 기업에서 ‘나쁘다’고 대답한 기업 수를 뺀 체감경기지수(DI)는 제조업종 대기업의 경우 마이너스 56으로 90년대 들어 최저였던 94년 2월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3개월 전인 9월 조사 때보다 5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
또 제조업종 중소업체의 DI는 조사가 시작된 67년이후 최저수준인 마이너스 60이었으며 비제조업종 역시 9월조사 때보다 더 나빠졌다.
내년 3월까지의 경기예측에 대해서도 제조업종 대기업의 DI가 마이너스 48에 머무는 등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지 철강 요업의 체감경기가 대폭 악화됐으나 자동차와 식료품업종에서는 개선되는 조짐이 엿보였다.
이번 조사 결과는 9월초의 단기금리 인하와 지난달 24조엔규모의 긴급경기대책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얼어붙은 심리가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은행은 “구조적 불황과 금융경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재의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존 경기대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회복 및 금융불안 해소를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일본재계에서 높아질 전망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