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검사」에 깨지는 위인신화…『베토벤 매독死』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30분


현대과학이 위인들에 관해 알기 싫은 내용까지 시시콜콜히 캐내고 있다.

위인들이나 그 가족, 주변 인물에 대한 사생활이나 정보는 편지나 일기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알려져 왔으나 지금은 유전자(DNA)검사를 통해 온갖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DNA 테스트의 위력은 여러 차례 입증됐다. 올해만 해도 백악관 전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은 체액을 DNA검사한 결과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DNA검사는 1985년 이집트 미라에서 DNA를 추출하고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한 때부터. 이 검사기법은 당초 인류학 고고학 분야의 연구와 나치 독일의 전범을 추적하는 데 활용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유태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자행하다 브라질로 달아난 요세프 멩겔레는 무덤에서 파낸 유골의 DNA 분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독일 마인츠대학의 연구진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데드마스크에 섞여 있었던 머리카락 19개의 DNA를 분석해 그가 안암(眼癌)으로 사망했음을 입증했다.

지난달에는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미국 2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흑인 하녀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낳았다는 소문도 DNA검사결과 진실로 확인됐다. 이 사실은 제퍼슨가의 백인계 후손들이 조상의 ‘누명’을 벗겨달라며 혈액 샘플을 제공한 끝에 드러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과학자들의 극성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DNA분석을 위해 첨단장비를 동원해 무덤을 뒤지고 경매소 등을 통해 머리카락 등을 사들이기도 한다.

베토벤의 사인이 매독때문이라는 것도 그의 머리카락을 검사한 결과 당시 매독치료제로 사용한 상당량의 수은이 검출됨으로써 밝혀졌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부부도 매독증세를 보였다는 것.

유명 인물에 대한 현대 과학자들의 경쟁적인 DNA 추적은 과학자들의 매명 심리와 폭로기사를 즐겨 쓰는 황색 저널리즘이 결합한 산물이다.

위인들의 개인정보가 속속 밝혀지는 것을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의 개가’에 경탄하기 보다는 위인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는데 대해 서글픔을 느끼고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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