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수상 멘추여사 자서전은 과장-허위』

  • 입력 1998년 12월 16일 07시 24분


과테말라의 리고베르타 멘추여사(39)는 9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수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유럽 식민종주국 후손인 지주들의 원주민 인디언 착취와 인권유린을 폭로하는 자서전(83년)과 인권보호 활동 때문.

그러나 뉴욕 타임스가 15일 자서전 내용의 상당부분이 과장되고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스톨도 최근 ‘멘추와 가련한 과테말라인들 이야기’란 책에서 “지난 10여년간 멘추가 기술했던 산 미겔 우스판트 지역 주민 1백20여명의 인터뷰 등 현지조사 결과 상당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는 스톨이 쓴 책을 근거로 한달 동안 현지 취재를 실시했다. 멘추의 친인척 친구 학교동료는 물론 그를 가르쳤던 로마 가톨릭교회 수녀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인터뷰했다.

이 결과 멘추의 자서전 내용의 상당부분이 허위로 밝혀졌다는 것. 자신의 아버지가 유럽인 후손 지주들로부터 쫓겨났다는 부분은 가족간의 오랜 분쟁에서 비롯된 갈등 때문이라는 것. 또 멘추는 첫째 남동생이 굶어 죽었다고 했으나 그런 동생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둘째 동생은 정부군에 의해 산 채로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불에 타 숨졌다고 되어 있으나 사실은 가족들이 목격하지도 못했다는 것.

멘추는 또 스페인어를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수녀들은 그가 사립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중등과정 교육을 받았으며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커피 목화 농장에서 일하면서 지하운동을 했다는 주장도 당연히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벨평화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스톨박사의 주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노벨상을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