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베트남 國父 호치민묘 헌화

  • 입력 1998년 12월 16일 19시 0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오전 베트남에서는 국부로 추앙받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수많은 장병이 희생된 월남전에 대한 기억으로 감정이 미묘한 호치민의 묘소에 헌화했다. 양국간의 ‘불행했던 과거’를 역사 속에 접는 상징적인 한 장면이었다.

김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하노이 바딘광장의 호치민묘소 입구까지 승용차를 타고 가 묘소관리소장의 안내로 헌화를 했다. 화환에는 베트남어로 ‘호치민 주석께 바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이라고 쓴 띠가 둘러져 있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호치민 시신이 유리관 속에 안치돼 있는 묘소 내부는 둘러보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헌화 후 일각의 논란을 의식한 듯 “방문국의 국민이 존경하는 분의 묘소이므로 방문객으로서 방문국의 요청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천황’ 호칭문제에 대한 입장과 비슷한 논리였다. 김대통령은 그리고 “과거사는 완전히 정리됐다”고 덧붙였다.

호치민은 69년에 사망했으나 묘소가 완공된 것은 베트남 통일 후인 75년이었다. 그후 2천만명의 베트남 국민이 이곳을 참배했다. 베트남 국민에게 이곳은 성소다. 바딘광장은 45년9월2일 호치민이 베트남민주공화국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곳이다.

〈하노이〓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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