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도입되는 유러는 유럽인들의 화폐 및 경제활동을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시장을 달러―유러의 이극체제로 재편하는 등 세계경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같은 화폐통합은 경제 통합으로 이어지면서 ‘유럽합중국’으로 거듭나는 하나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유러가 유럽대륙과 나머지 세계, 그리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12일부터 대대적인 유럽단일통화 ‘유러’ 홍보를 시작했다. 9백60만프랑(약 21억원)을 들여 ‘유러와 나’라는 제목의 안내책자를 만들어 전 가정에 배포했다. TV 홍보물은 유럽 각국 국민이 샘물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같은 돈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3억의 인구가 이뤄낼 수 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고 시청자들에게 유러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
유러도입에 참여하는 다른 10개국도 비슷한 방법으로 국민에 유러도입의 장점과 이용방안을 알리고 있다. 특히 유러와 자국 화폐의 환율계산을 위한 계산기 제공은 대표적 유행. 은행은 고객에게 이를 선물로 주고있다.
유러가 법정 통화로 사용되는 2002년 6월말까지 유러 사용여부는 전적으로 민간 경제주체의 자율이다. 그때까지 유러를 ‘강제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 즉 민간경제 주체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유러 또는 자국화폐로 거래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기업은 상품가격을 자국통화와 유러중 어느 하나로 표시하거나 두 통화를 병기할 수 있다. 소비자도 자국통화로 지불하거나 유러로 환산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유러 지폐와 동전은 2002년1월1일부터 유통돼 자국화폐와 혼용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유러가 공공거래, 은행간 결제, 증권거래소 거래에 사용되는 것. 유러가 실체는 없지만 가치의 저장 및 매개 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러 출범을 앞두고 가장 바쁜 곳은 역시 금융기관. 이미 프랑스 파리국립은행(BNP) 등 많은 시중 은행은 올초부터 예금잔고를 자국화폐와 유러로 병기해 오고 있다. 내년부터는 예금주도 병기를 요구할 수 있고 납세자도 국세청에 유러로 표시된 고지서발부를 요청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유러 전환을 위해 전산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연결되는 소프트웨어도 새로 깔아야 한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럴은행의 경우 프랑과 유러 모두 가능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5만개의 프로그램중 90%를 바꿀 계획.
‘유러랜드’ 국민이 유러출범으로 얻게 되는 가장 큰 소득은 가격의 투명성이 높아지는데 따른 가격인하와 물가안정. 현재는 같은 상품이라도 나라마다 가격이 다르다. 포드 피에스타 승용차의 경우 아일랜드에서는 스페인보다 35.6%가 비싸고 1.5ℓ들이 코카콜라도 독일에서는 스페인보다 두 배이상 비싸다. 그러나 유러가 도입되면 쉽게 가격비교가 돼 물건값이 싼 외국으로 가 물건을 사는 ‘월경(越境)쇼핑’이 더욱 활발해지고 결국은 물가가 하향 평준화 되리라는 전망이다.
개인이 유러 도입의 이점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분야는 여행. 현재는 외국을 여행할 경우 환전할 때마다 환차손이 생긴다. 그러나 내년부터 유러표시 수표나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환차손이 없어진다.
유러와 11개국 화폐간의 공식 교환비율은 31일 오전11시30분(유럽대륙시간) 현재의 시장환율에 의해 결정된다. 유러와 자국화폐의 교환비율은 6자리숫자까지 표시한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