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찰단 이라크서 철수…「걸프」 다시 긴장고조

  • 입력 1998년 12월 17일 07시 34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16일 국가안보회의를 소집, 이라크 사태가 심각해졌음을 내비쳤다.

뒤이어 CNN방송은 미국이 ‘수시간내’ 이라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고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사전경고없이’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갑자기 다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같은 위기감은 11월14일 미국이 무기사찰을 거부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취소하면서 이라크가 다시 유엔의 무기사찰을 거부할 경우 사전경고없이 공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 게다가 미국은 당시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걸프해역에 파견한 항모 등 군사력을 아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릴 경우 즉각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리처드 버틀러 유엔무기사찰단장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 버틀러단장은 15일 1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가 11월14일 약속했던 충분한 협력을 제공하지 않아 실질적인 무장해제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버틀러단장의 보고서가 나온지 하루 만인 16일 유엔무기사찰단원과 구호요원들은 바그다드에서 일제히 철수했다.

미국 언론은 이라크사태가 다시 악화되기는 했지만 클린턴대통령이 하원 본회의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있는 절박한 상황도 이라크에 대한 강경대응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 러시아는 이날 이라크에 대한 상반되는 보고서를 검토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무력 응징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다.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버틀러단장이 월권행위를 했다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라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 사태의 여파로 런던시장에서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북해산 브렌트 1월물은 전날 배럴당 10.23달러에서 16일 10.99달러로 크게 올랐다.

〈정성희기자〉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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