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정상회의 대화록]『개혁-개방으로 위기극복』

  • 입력 1998년 12월 17일 07시 3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베트남 공식방문 이틀째인 16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 9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간의 ‘9+3회의’ 및 아세안과 한국의 ‘9+1회의’에 참석하고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와의 단독정상회담을 가졌다.다음은 대화록.

◇9+3회의

알파벳 순에 따라 중국 일본 한국 정상이 차례로 발언하고 아세안 정상들이 의견을 개진했다.

▼후진타오(胡錦濤)중국국가부주석〓1년 넘게 지속된 아시아 경제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21세기로 어떻게 넘어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중요하다. 한국은 금융위기 극복에 성공했다고 본다. 역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개도국에 보다 많은 시장개방을 해줬으면 한다.

▼오부치 게이조일본총리〓(미야자와플랜과 아시아 경제회복을 위한 무역확대 및 산업협력 방안을 설명한 뒤) 아시아의 인적자원개발을 돕겠다. 내년에 1만명 등매년 5천명 이상,향후 5년간 2만명 이상을 교육하겠다.

▼김대통령〓위기 당사국들이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 과감한 경제구조개혁과 개방확대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오늘의 어려움을 조속히 근본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 일본이 3백억달러 규모의 미야자와플랜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시아 경제부양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융통성있게 운용해야 한다.경제회복 속도에 따라 지원규모나 기간을 탄력성있게 운용하고 이 자금을 금융경색을 예방하기 위한 중앙은행간의 예비재원으로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촉통(吳作棟)싱가포르총리〓한 중 일과 아세안을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하나의 경제공동운명체다. 3국 정상의 제안은 다 의미가 있다. ‘9+3’에 남미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포럼을 제안한다.

▼하비비 인도네시아대통령〓투기성 단기자금에 대한 규제 등 당면한 현안 해결이 시급하다.

▼시사왓 케오분판 라오스총리〓한 중 일 등 경제대국의 잠재력을 활용하면 동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이 가능하다. 메콩강 개발에 3국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국제금융체제의 개편이 중요하다. 세계적 차원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나 동아시아 국가들이 먼저 협의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유럽연합(EU)의 개입없이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일본과 한국이 아세안에 대한 직접 투자를 늘려달라.

▼추안 리크파이 태국총리〓일본 한국이 동남아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달라. 김대통령이 메콩강개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해 고맙다.

▼판 반 카이 베트남총리〓역내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오늘 형성됐다. 앞으로 아세안과 한 중 일 정상은 항상 함께 회의를 갖자.

◇9+1회의

김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문답형식으로 진행됐다.

▼김대통령〓관세인하 등 무역자유화조치를 계속 시행할 것이며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직접투자도 늘리려고 한다. 내년 6월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투자박람회에 아세안 국가들이 적극 참여해 투자유치 기회로 활용해달라.

▼카이 베트남총리〓외환위기가 수습되는 대로 대아세안 투자를 늘려주기 바란다.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경제개발 경험과 기술전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삼성이 말레이시아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구조조정 중에도 투자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말레이시아산 자동차 5백대 구입을 약속했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과 건설분야 합작을 원한다.

▼김대통령〓건설분야 합작에 찬성한다. 경제상황이 호전되는대로 말레이시아산 자동차를 구입하겠다.

▼고촉통 싱가포르총리〓한국은 아세안 국가들에 비하면 경제거인이다. 그러나 올해 한국관광객이 대폭 감소하고 한국업체의 진출도 위축돼 우려된다.

▼김대통령〓외환위기를 당하고 보니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마하티르 총리〓‘동아시아 협력 비전그룹’의 민간주도 구상에 대해좀더상세히설명해달라.

▼김대통령〓동아시아와 미국 및 EU와의 관계, 동아시아 내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역할 등에 대한 심층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 차원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일정상회담

두 정상은 10월 정상회담 이후 양국관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대해 만족을 나타냈고 오부치총리는 내년 적절한 시기에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대통령은 오부치총리의 요청에 따라 대북정책을 상세히 설명하고 북한이 협력적으로 나올 때는 상응한 대우를 해주고 평화를 저해할 때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노이〓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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