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 공습]『후세인 버릇 고치고 탄핵 피하고…』

  • 입력 1998년 12월 17일 19시 21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6일 오후 TV연설을 통해 이라크 공습결정 배경을 밝히면서 언제까지 공습을 계속할지, 어떤 조건에서 공격을 멈출 것인지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무조건적 공격이며 이라크의 군사시설과 대량파괴무기 생산공장으로 의심되는 곳에는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퍼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클린턴 대통령의 공격명령에 따라 6척의 구축함과 각각 1척의 잠수함 및 순양함에서 발사된 3백여기의 크루즈미사일이 이미 작성된 미 정보기관의 목표물 명단에 따라 차례로 바그다드에 ‘도착’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일단 문제가 된 시설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후환(後患)의 여지를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90년 걸프전 발발 이후 93년7월과 96년9월 두차례에 걸쳐 이라크 공습을 단행했지만 이번이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소한 이슬람의 전통적인 금식월인 라마단이 시작되는 19일 이전까지는 수차례 추가공격이 이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1년동안 사찰 방해와 사찰협조 약속을 되풀이하며 미국을 ‘농락’해온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해 누적된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기세다.

CNN과 유에스에이투데이가 16일 밤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4%가 이번 공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민은 아울러 후세인을 다뤄온 클린턴대통령의 능력에 대해서도 76%가 신뢰감을 표시했다.

이같이 여론의 뒷받침을 받고 있지만 이번 작전의 한계 또한 명확하다는 평이다.

우선 지상공격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어 후세인대통령 제거에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번 작전 역시 제 2, 제3의 이라크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뜻한다.

라마단이 시작되는 19일 이후 추가공격이 어려운 상황도 미국으로서는 고민이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라마단 기간에도 군사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공격 가능성은 살려뒀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 자신이 TV연설에서 “라마단 기간을 의식해 공격시점을 선택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아랍권의 반발을 살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또 이라크 공격의 목표가 군사시설의 파괴에 있다고 할 때 사흘간의 크루즈미사일 공격으로도 이는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어차피 지상작전을 배제한 공습만으로 후세인대통령의 ‘완전한 항복’을 받기 힘들다고 한다면 굳이 아랍권과의 마찰을 빚어가면서 공격기간을 연장할 이유도 없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탄핵을 회피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안보상의 실익도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무리하게 끌 경우 더 큰 의구심을 살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클린턴 행정부는 일단 미사일 세례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생산능력을 제거한 뒤 이라크의 대응을 봐가며 공격수위를 조절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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