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명령한 데 대해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공격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트 총무는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논의할 하원본회의 소집을 하루 앞두고 내려진 이번 결정은 시점과 타당성이 모두 의문시된다고 주장했다. 하원의 제럴드 솔로몬 운영위원장은 “탄핵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이유로 내려진 이번 결정에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미 뉴욕 타임스는 17일 “비록 야당이지만 미국 군대가 외국에서 작전하는 동안 이처럼 대통령을 공개 성토한 것은 한국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이 8월19일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미대사관 폭탄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명령했을 때는 비록 국면전환용의 의구심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만장일치로 클린턴 대통령을 지지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연방 대배심원 증언 직후 대국민 사과연설에서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처음으로 시인하는 등 궁지에 몰려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같은 반발을 예상한 듯 16일 TV연설에서는 “만약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사담 후세인에게 군대를 분산시키고 무기를 은닉할 시간을 벌어줬을 것”이라고 미리 해명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이 후세인을 이용, 시간벌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의 하원의장 내정자인 보브 리빙스턴 의원은 군대가 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군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논의하기 어렵다며 17일로 예정된 하원본회의를 연기하면서도 의원들은 비상대기시켰다. 공습이 끝나면 언제라도 본회의를 소집해 탄핵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다.
이번 105회 의회가 연말로 임기가 종료돼 탄핵안 처리시한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새로 개원하는 106회 의회에서 하원의 공화당의원수 2백23명으로 105회의 2백28명보다 5명이 적은 점도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의식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